속초까지 180km가 넘는 긴 코스를 달리면서 양양 고속도로에 진입했어요.
처음에는 순조롭게 달리고 있었고 아무래도 강원도 산맥을 지나는 만큼 긴 터널들이 계속해서 등장했죠.
양양 고속도로를 달려본 분들은 알 거예요.
2차선 도로로 이어지잖아요?
저는 2차선에서 시속 90~100km 정도로 주행을 하고 있었어요.
긴 터널을 진입하고 잠시 뒤 귀를 자극하는 극한의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어요.
끼이이이익!!!! 귀를 찢는듯한 소리였죠.
전방 좌측.
1차로 추월 차로에서 벌어진 일이었죠.
순간 눈만 돌려 정면 1차로를 바라봤고
겨우 약 300~400m 내외 거리에서 하얀색 차량을 향해 브레이크로 인한 연기를 내뿜으며 회색 제네시스 차량이 급정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브레이크 소리는 터널 안을 울리며 흰 차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죠.
(하얀 차량이 느리게 달린 것인지, 급정거를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결국 쾅! 소리가 연달아 들리며 1차선에 차량들이 추돌하기 시작했어요.
그 찰나의 순간에 든 생각은...
'이거 사고 잘못하면 크게 나겠다..'라는 공포감이 엄습했죠.
제 머리는 순간 과열이 일어난 것처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어요.
1차로에서 뒤이어 오던 차량이 2차선으로 피하고자 뛰어들어오는 차량이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미리부터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죠.
(사실 너무 짧은 순간이라 크게 속도를 줄이진 못했어요)
그런데 제 뒤에서 멀찍이 따라오던 차량은 미쳐 속도를 줄이지 못했는지 백미러를 통해 점차 다가오는 속도가 무서웠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순간 1차로에 있던 SUV가 급히 2차로로 튀어들어왔고 제 차 앞을 거의 가로로 막을 정도로 급히 방향을 틀어 들어왔어요.
저는 속도를 약간 미리 줄여둔 상태였음에도 역시 있는 힘껏 풀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코앞에서 그 차량을 피할 수 있었는데....
(1cm 차이로 피한 기분)
문제는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차량이었죠.
제 눈은 정말 빠르게 앞뒤를 다 살피며 판단을 해야 했어요.
그 1초 남짓의 시간이 저에게는 2~3시간 집중을 한 것만큼 뇌가 에너지를 쓴 것 같은 느낌을 주었죠. (놀란 영향도 있겠죠?)
지나서 생각해 보니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그만 행동하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앞에 갑자기 끼어든 차량과 정말 간발의 차로 충돌을 피하고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었던 시점에
앞 차가 나아가면서 거리가 약간 생겼어요.
그 순간 저는 풀 브레이크에서 풀 악셀로 전환을 했어요.
그러면서 뒤 차의 감속 시간을 마련해 주었죠.
제가 앞으로 가주면서 거리를 벌려주어야 뒤 차의 감속 거리가 확보될 테니까요.
결국 뒤 차와도 부딪히기 직전에 서로 충돌을 피할 수 있었어요.
정말 그 짧은 사이에 2번이나 죽음의 순간이 찾아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차량에 흠집 하나 없이 살아서 속초를 향할 수 있었어요.
(엔진은 좀 과부하가 걸렸을 것 같긴 해요..)
사고 직후 손은 덜덜 떨렸고
속초에 도착해서도 마음이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어요.
방금 전에 진짜 죽을 뻔한 상황에서 살아서 속초에 도착하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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